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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잊지 않는 방법

오늘 날씨
해무가 가득한 숨결에 습기가 스며들어있는
위치
오만 살랄라 항구
의외로 여행을 하다 보면 다른 나라의 공동묘지를 쉽게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다른 문화권에서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방법에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한다.파병 중 거점지로 자주 방문했던 오만이라는 나라에서도, 시내에 있었던 공동묘지가 소박하지만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미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방법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가톨릭에서는 선종이라하며, 불교에서는 입적 또는 열반이라고 하고,기독교에서는 소천이라고 하면서 우리 인간의 일생의 마침표를 표현한다.이슬람교에서 죽음은 끝이아닌 영혼과 육체의 일체감의 소멸을 의미한다.따라서 죽음은 이승과 저승과의 매듭이고 새롭고 영원한 삶에 이르는 다리라고 여긴다.그래서 화장을 하면 영혼의 안식처가 소멸된다고 생각해, 무덤이라는 영혼의 거주 공간을 만들어준다.그리고 죽은자의 무덤을 방문하여 고인을 기억할 때, 두 영혼이 교감하며 영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즉 우리들처럼 그들에게도 묘지는 현세를 떠나간 이들과 교감하고 기억하는 장소이면서 종교적으로 승화되는 공간이다.그렇다 보니 그 공간은 특별할 수밖에 없는데,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떠나간 이를 추모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식물을 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식물이 1년내내 자리 잡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동의 기후에서 식물을 늘 가꿀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하지만 떠나간 이를 기리는 무덤 위에는 자라는 식물이 떠나간 이와 남아있는 이들을 이어주고 있었다.식물이 잘 자라기 어려운 곳에서, 식물이 계속해서 생명을 머금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계속해서 관리해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즉, ‘당신을 잊지 않고있습니다’를 말없이 표현하는 것이다. 많은 책과 이야기에서 말하듯이 사람이 진정으로 죽는 것은 남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마저 사라져 버릴 때인 것이었다.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와 추억속에서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는 모습을 보니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오만의 공동묘지에서 생명을 발하고 있는 식물들을 본 이후로 어느 나라를 가든 이상하게 공동묘지가 있는 곳을 살펴보게 되었다.인간이 사는 모든 곳에는 죽음을 기리기 위한 문화가 있고, 그 문화를 살펴봄으로써 사람들이 ‘생(牲)’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음을 기리는 모습을 보면서 생에 대해 더 깊이있게 떠올려볼 수 있고, 그럴 때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유난히도 더 밝아 보이기 때문이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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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에서 고개를 들어가는 꽃봉오리만큼 극적인 생명의 탄생의 순간이 또 있을까